
안녕하세요. 혼자비행입니다.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모든 고통이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손끝을 찌르는 통증도 힘들었고, 먹는 것조차 두려웠던 시간도 버텨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배변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화장실을 하루의 평범한 일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전까지는 한 번도 화장실 때문에 하루의 계획을 바꾸거나 외출을 포기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치료가 끝난 뒤부터는 제 하루가 화장실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평범했던 일상은 그렇게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화장실에 가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변비라고 생각했습니다.
화장실에 가면 변이 나올 것 같아 급하게 들어갑니다.
하지만 막상 변기에 앉으면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배 안에서는 계속 밀려 나오는 것 같은 압력이 느껴졌습니다.
'이번에는 나오겠지.'
계속 힘을 줘 봤습니다.
하지만 겨우 나온 것은 염소똥처럼 작은 변 몇 개뿐이었습니다.
콩알만 한 변이 몇 개 떨어지고 끝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시원한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변은 다 나온 것 같은데,
몸은 계속 '아직 남아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다시 힘을 줘도 나오지 않았고,
일어나려고 하면 또 변이 마려운 것 같았습니다.
화장실에서 몇십 분을 보내는 날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화장실은 쉬는 공간이 아니라,
고통을 견디는 공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신호
더 힘들었던 것은
몸이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조금 전까지는 아무리 힘을 줘도 변이 나오지 않았는데,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신호가 찾아오는 날이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전혀 달랐습니다.
딱 몇 초.
그 짧은 시간 안에 화장실을 가지 못하면
물을 쏟아붓듯 갑자기 물변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조절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몸이 먼저 반응해 버렸습니다.
어떨 때는 집에 거의 다 와서 실수하기도 했고,
밖에서도 몇 번은 옷을 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몸보다 마음이 더 무너졌습니다.
'왜 내 몸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걸까.'
그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집 앞 편의점도 마음 편히 갈 수 없었습니다
원룸 앞에는 작은 편의점이 있었습니다.
걸어서 2~3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예전 같으면 슬리퍼를 신고 천천히 걸어가 음료 하나를 사 오는 일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치료 후에는 달랐습니다.
무언가를 사러 나가는 것조차 큰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혹시라도 갑자기 신호가 오면 어떻게 하지.
그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편의점에 가도
물건을 천천히 고를 수가 없었습니다.
미리 살 것만 정해 놓고,
빨리 계산을 마친 뒤,
봉투를 받자마자 집으로 거의 뛰다시피 돌아왔습니다.
집 문을 열고 들어와 화장실에 앉을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몇 분 거리였지만,
저에게는 가장 긴 거리였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부러웠습니다
가끔 창밖을 바라보거나 길을 걸을 때면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걷고,
호떡을 먹으며 웃고,
햄버거를 손에 들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예전에는 너무나 당연한 풍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에게는
그 모습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저는 걸어가면서 무언가를 먹을 수 없었습니다.
음식을 한입 먹는 순간
언제 화장실 신호가 올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밖에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저에게는 너무 큰 모험이었습니다.
누군가는 평범하게 누리는 일상이
저에게는 할 수 없는 일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화장실 문이 잠겨 있으면 절망이었습니다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간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안에 있거나,
문이 잠겨 있으면
그 순간은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조금만 빨리 나와 주세요.'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었지만,
몸은 기다려 주지 않았습니다.
몇 초를 버티지 못해 실수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혼자 정리했습니다.
누구에게 말하기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창피해서가 아니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고통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하루가 가장 그리웠습니다
병원에서는 치료가 잘 끝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치료가 끝난 뒤 시작된 후유증은
제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화장실을 걱정하지 않고 외출하는 것.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는 것.
길을 걸으며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
그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상이었는지
잃어버린 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직장암 치료는 단지 병을 치료하는 과정만이 아니었습니다.
평범했던 삶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시간을 지금도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
후유증은 결국 저를 다시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배변장애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제 몸은 점점 더 심한 통증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앉아 있을 수도,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을 만큼 고통은 심해졌고, 결국 저는 응급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저는 그것이 또 다른 시작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후유증으로 응급 입원을 하게 된 날과, 죽을 것 같은 통증 속에서 보냈던 시간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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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혼자비행'의 실제 경험과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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