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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투병일기

항암 치료 후, 먹는 것조차 두려웠습니다

안녕하세요. 혼자비행입니다.

손끝을 찌르는 전기 스파크 같은 통증이 조금씩 익숙해질 무렵, 또 다른 후유증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손이 아니라 먹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은 먹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암 치료 후의 저는 살아가기 위해 먹어야 하는 음식이 가장 두려운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24시간 메스꺼움과 함께 살았습니다

처음에는 입맛이 조금 없는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단순한 입맛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도 메스꺼웠고,

점심이 되어도 메스꺼웠고,

잠자리에 누워도 토할 것 같은 느낌은 계속됐습니다.

실제로 토하는 날도 있었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토하지 않아도 하루 종일 토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목에는 무언가 걸려 있는 것처럼 답답했고,

음식을 삼킬 때마다 다시 올라올 것 같은 불안감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물기 없는 음식은 모두 넘어올 것 같았습니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먹던 음식들이 어느 순간 두려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밥도,

고기도,

빵도,

과자도.

물기가 없는 음식은 입에 넣는 순간부터 넘어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억지로 삼켜도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고,

먹는 동안에도 '곧 토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먹는다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

버텨야 하는 시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신 것만 계속 찾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몸은 다른 것을 원했습니다.

냉장고에는 항상 동치미 국물이 있었습니다.

마트에서 냉면 육수를 사다가 차갑게 넣어 두고 조금씩 마셨습니다.

그 차가운 국물만이 잠시나마 속을 진정시켜 주는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 레몬 원액도 마셨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너무 셔서 얼굴을 찌푸렸을 텐데,

그때는 이상하게도 물처럼 느껴졌습니다.

몸이 원하는 것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평생 먹지 않던 것들이 입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원래 사탕이나 초콜릿, 젤리를 자주 먹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항암 치료를 받고 나서는 이상하게도 그런 것들만 계속 찾게 되었습니다.

입안이 텁텁하고 쓴맛이 계속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탕 하나를 입에 넣고,

초콜릿 한 조각을 천천히 녹여 먹고,

젤리를 씹으며 겨우 입안의 불쾌한 느낌을 견디곤 했습니다.

몸이 저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향수 냄새에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음식 냄새만 힘들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병원을 가고 있을 때 였습니다.

제 앞을 지나가던 한 여성에게서 향수 냄새가 났습니다.

평소라면 좋은 향기라고 느꼈을 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습니다.

순간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려고 했지만 끝내 참지 못했고,

길가에서 그대로 구토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 일을 겪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항암 치료는 단순히 입맛만 바꾸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몸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었습니다.


먹는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먹고 싶어서 먹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살기 위해 먹었습니다.

한 숟갈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또 한 숟갈을 먹고,

속이 괜찮아지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던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은 잃어버리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항암 치료는 제 몸뿐 아니라,

평범했던 식탁까지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다음 이야기

화장실이 가장 두려운 공간이 되었습니다.

먹는 것만 힘들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가 이어지면서 장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평범했던 화장실은 어느새 가장 두려운 공간이 되었고, 외출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치료 후 찾아온 배변 후유증과, 하루를 버티기 위해 견뎌야 했던 현실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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