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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투병일기

이사 가기 전, 임시 거처에서 맞이한 가장 불안한 한 달

안녕하세요. 혼자비행 입니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기 전, 마땅한 거처가 없어 급하게 들어온 아버지 집에서의 시간은 그야말로 '임시보호소'에서의 삶과 같았습니다. 짐도 다 풀어놓지 못한 채 좁고 낯선 공간에 얹혀 지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바짝 졸아드는데, 이사 준비와 병원 치료가 겹치면서 제 삶은 완전히 궤도를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대학병원에서의 방사선 치료 일정이 본격적으로 잡히면서, 이사 전 한 달이라는 기간은 불안과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습니다. 특히 본 치료에 들어가며 시작된 일주일간의 집중 방사선 치료는, 제가 그동안 평생 구축해 온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허리가 무너지는 거실 한구석, 얇은 이불 위에서의 나날들

새로 옮겨갈 집으로 이사를 하기 전까지 내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은 오직 아버지 집 거실 한구석뿐이었습니다. 번듯한 침대나 내 방 하나 없이, 딱딱한 장판 바닥 위에 얇은 이불 한 장을 깔고 누워야 했습니다.

암 환자라는 죄인 아닌 죄인의 심정으로 거실 바닥에 누워있으면, 밤마다 딱딱한 바닥이 살과 뼈를 짓눌러 온몸이 쑤셔왔습니다. 밤새 소음과 오가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뒤척이는 동안, 등줄기를 타고 밀려오는 통증보다 더 아픈 것은 '내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하는 서러움이었습니다.

이사가 끝나고 내 공간이 생기기 전까지는 이 짓눌리는 거실 바닥을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물리적인 환경의 불편함은 뒤이어 병원에서 겪게 될 일들에 비하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배 위에 그어진 차가운 파란 줄, 정육점 매대의 고기가 된 기분

방사선 치료 첫날, 차가운 조명이 비추는 대학병원 조준선 검사실 침대에 누웠습니다. 의료진은 방사선을 오차 없이 조준해야 한다며 제 윗옷을 가슴까지 올리게 한 뒤, 두꺼운 파란색 유성 마커를 꺼내 들었습니다.

"지워지면 안 되니까 선을 굵게 그을 겁니다. 조금 차가워요."

무심한 설명과 함께 차가운 펜촉이 배 위를 가로지르며 여러 개의 파란 십자가 선을 그어 나갔습니다. 살갗에 닿는 펜의 감촉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웠습니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배 위에 쓱쓱 그어지는 파란 줄들을 내려다보는 순간, 깊은 수치심과 서러움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습니다.

마치 정육점 매대에 올려진 돼지고기에 부위와 등급을 표시하기 위해 파란 도장을 꽝 꽝 찍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환자'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인간'으로서의 인격은 온데간데없이, 단지 방사선을 쬘 하나의 '타깃'으로만 취급당하는 비현실적인 치욕감이 온몸을 감쌌습니다.

"샤워 금지" 지침과 땀범벅이 된 일주일, 무너져 내리는 정신

치료실을 나오며 전달받은 주의사항은 가슴을 다시 한번 턱 막히게 했습니다.

"배에 그린 파란 선이 지워지면 치료 위치를 처음부터 다시 잡아야 합니다. 치료 기간 동안은 절대로 샤워하지 마시고, 비누질이나 물을 대서도 안 됩니다."

그날 이후, 아버지 집 거실 바닥으로 돌아온 제 삶은 지옥과 다름없었습니다.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나는 열감과 식은땀으로 몸은 끈적거렸지만, 물 한 방울 배에 닿을까 봐 세수조차 조심스럽게 해야 했습니다. 옷에 파란 번짐이 묻어날 때마다 선이 지워질까 노심초사하며 잠을 청하지 못했고, 씻지 못해 가려운 피부를 긁지도 못한 채 밤새 끙끙 앓았습니다.

이사 가기 전 그 일주일 동안의 집중 치료 기간은, 육체적 피로보다 정신적인 중압감이 나를 잘게 부수어 놓은 시간이었습니다. 캄캄한 거실 천장을 바라보며 "이게 다 악몽이었으면 좋겠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배 위의 파란 줄도, 암이라는 진단도 모두 사라져 있기를..." 하고 몇 번이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옷 사이로 보이는 선명한 파란 줄이 피할 수 없는 잔인한 현실임을 일깨워주었습니다.

피할 수 없는 현실, 그래도 견뎌내야 하는 이유

이사를 가기 전, 아버지 집 거실 바닥에서 보낸 그 한 달과 일주일간의 방사선 치료는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둡고 차가운 터널이었습니다. 배 위에 그어진 파란 줄은 환자로서 겪어야 했던 수치심의 흔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지독한 병마와 싸워내기 위해 내 몸에 새긴 첫 번째 전투의 훈장이기도 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씻지도 못한 채 거실 바닥에 누워 다가올 고된 시간들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이 또한 내가 살아남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임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이사가 끝나고 새로운 터전으로 옮겨가듯, 내 몸의 암세포도 모두 털어내고 건강했던 일상으로 반드시 돌아가겠노라 다짐해 봅니다. 오늘 밤도 나와 같은 고통 속에서 홀로 싸우고 계실 모든 환우분들에게 조용한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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