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혼자비행 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지방에서의 일상을 모두 정리하고, 짐가방 하나만을 들고 서울 돌아가신 아버지의 집으로 향했던 서글픈 발걸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그 집에서 겪어야 했던, 제 인생에서 가장 외롭고 서러웠던 '거실에서의 한 달'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적어보려 합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선택한 서울, 현실은 거실 한구석
서울 대형병원에서 본격적인 검사와 치료를 받기 위해, 저는 지방에서 해오던 모든 일과 일상을 미련 없이 끊어냈습니다. 오직 '살아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치료에만 전념하기 위해 서울행을 택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의 집에 들어선 순간, 마음 편히 뉘일 곳조차 마땅치 않은 현실이 저를 맞이했습니다. 이미 25년 동안 그곳에서 살아온 작은형 내외의 짐과 생활 방식으로 가득 차 있었고, 제가 들어갈 남는 방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집 한가운데 있는 거실 한구석에 이불을 펴고 생활해야 했습니다. 지방에서 내 집을 가지며 편안하게 쉬던 삶은 온데간데없고, 환자라는 몸으로 거실 바닥에 누워 지내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감기몸살도 아닌 암인데..." 가족의 무관심 속에서 느낀 서러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몸의 불편함보다 가족들의 무관심과 서운함이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감기몸살에만 걸려도 환자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조심해 주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하물며 저는 단순한 질환이 아닌, 생명을 위협하는 '직장암'이라는 큰 병을 진단받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올려온 처지였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저는 환자로서의 최소한의 배려도 받지 못했습니다. 큰 병을 안고 들어온 형제의 입장은 그 누구도 신경 써주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거실 바닥에 이불을 펴고 누워 몸을 추스르려 해도, 밤늦은 시각까지 바로 옆에서 대화 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어떤 날은 새벽 1시가 넘도록 거실 옆에서 전화통화를 하는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은 채 눈물만 삼켜야 했습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서러움이 밀려왔습니다.
맞지 않는 식사와 무너져가는 마음
암 환자에게는 마음의 안정과 더불어 영양가 있는 식단과 휴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남의 집이나 다름없는 거실에서 지내며 제 몸에 맞는 음식을 챙겨 먹는 것은 사치에 가까웠습니다.
입맛에 맞지 않는 식사, 눈치를 보며 한 끼를 겨우 때워야 하는 환경, 그리고 밤마다 반복되는 소음 속에서 제 몸과 마음은 하루가 다르게 피폐해져 갔습니다. 병원 검사를 받으러 다니기도 전에, 거실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이미 거대한 전쟁처럼 느껴졌습니다.
피를 나눈 가족이라 할지라도, 오랫동안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온 이상 서로의 공간에 타인이 들어오는 것은 부담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목숨이 걸린 투병 길에서 느꼈던 그 냉대와 등한시는 제 가슴속에 깊은 흉터로 남았습니다.
"여기서 치료를 받을 수는 없다" – 이사를 결심하다
그렇게 서글픔과 불편함 속에서 지낸 지 한 달.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 상태로는 암과 싸워 이기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무너지겠구나. 아무리 힘들어도 내 몸과 마음이 편히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찾아야겠다.'
암이라는 질병 자체도 무섭지만, 투병 과정에서 마음이 상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치료에 가장 큰 적입니다. 그렇게 저는 한 달간의 거실 생활을 뒤로하고, 오롯이 나만의 치료와 휴식에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거처를 찾아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지금 홀로 외롭게 투병하며 주변의 무관심이나 서운함 때문에 눈물 흘리고 계신 분이 계신가요?
나를 돌봐주지 않는 환경을 탓하며 마음을 상하게 두지 마세요. 환자 본인의 마음이 편안한 것이 치료의 첫걸음입니다. 때로는 서러운 현실에서 한 걸음 물러나, 오롯이 나 자신만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단호함도 필요한 법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 지독했던 한 달을 버텨내고, 나만의 보금자리를 찾아 이사하며 본격적인 수술과 치료를 준비했던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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