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혼자비행입니다.
드디어 수술을 받는 날이 왔습니다.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견디고, 여러 번의 검사와 입원을 거치면서 기다려왔던 순간이었습니다.
암을 제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도 있었지만, 막상 수술 당일이 되니 두려움이 더 컸습니다.
이제 정말 제 몸에 큰 수술이 시작되는 날이었습니다.
아침 7시, 수술실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아침 7시가 되어 수술을 받기 위해 병실을 나섰습니다.
침대에 누운 채 수술실 앞까지 이동했습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으니 평소에는 하지 않던 생각들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수술이 잘될까?'
'정말 무사히 깨어날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떠돌았습니다.
심장도 계속 뛰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살며시 눈을 감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이 고난을 이겨낼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렇게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수술실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잠시 후 수술실 문이 열렸습니다.
침대가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수술실 안은 병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고, 머리 위에는 커다란 수술등이 밝게 켜져 있었습니다.
의료진과 간호사들은 수술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제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하고, 여러 가지 준비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아직 마취가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수술 준비를 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아직 마취를 안 하지?'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마취가 먼저 됐더라면 공포감이 조금 덜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눈을 뜬 채 수술실의 모습을 하나하나 보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수술등.
분주하게 움직이는 의료진.
수술을 준비하는 여러 장비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오히려 두려움이 더 커졌습니다.
마취가 시작되자 가족들이 떠올랐습니다
수술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습니다.
마취약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의식이 조금씩 흐려졌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하게도 가족들의 얼굴이 하나씩 떠올랐습니다.
먼저 오래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연세가 많이 드신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두 아들의 얼굴도 떠올랐습니다.
마취가 시작되는 순간인데도 가족 생각이 계속 났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다시 가족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의식이 점점 멀어졌습니다.
그리고 제 기억은 거기에서 끊겼습니다.
눈을 떴는데 오후 5시였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눈을 떴습니다.
아침에 수술하러 내려갔던 기억은 분명한데, 눈을 뜨고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있었습니다.
확인해 보니 오후 5시였습니다.
아침 7시에 수술을 받으러 내려갔으니 무려 10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제가 장장 10시간에 걸친 긴 수술을 받았다는 것을요.
나중에 수술을 집도하신 교수님께 수술이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 여쭤보았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출혈이 심해서 수술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수술이었다는 사실이 실감났습니다.
마취가 풀리면서 찾아온 견디기 힘든 고통
하지만 수술이 끝났다는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마취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고통이 밀려왔습니다.
허리가 잘려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배가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항문은 갈려나가는 것처럼 아팠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고통이었습니다.
가만히 견디기에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약성 진통제가 들어가는 PCA 버튼을 계속 눌렀습니다.
조금이라도 통증을 줄이고 싶었습니다.
버튼을 누르고 또 눌렀습니다.
그렇게 진통제에 의지하면서 견뎌야 했습니다.
눈을 뜨고 제 몸을 바라보았습니다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면서 제 몸에 무엇이 연결되어 있는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소변줄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몸에는 여러 개의 관과 줄이 연결되어 있었고, 배액관도 있었습니다.
수술을 받았으니 어느 정도 예상했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은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오른쪽 배였습니다.
처음 마주한 장루
오른쪽 배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곳에 장루가 붙어 있었습니다.
장루를 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습니다.
수술 전에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직접 제 몸에 달려 있는 장루를 보니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한동안 멍하게 바라봤습니다.
'정말 여기를 통해서 변이 나오는구나.'
머리로 알고 있었던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갑자기 앞으로 살아가야 할 모습이 현실처럼 다가왔습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이걸 내가 혼자 관리할 수 있을까?'
두려웠습니다.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막막했습니다.
수술이 끝났는데 물 한 모금도 마실 수 없었습니다
수술이 끝났으니 이제 조금씩이라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조차 제 마음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수술 직후에는 장의 움직임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라서 바로 물을 마실 수 없다고 했습니다.
먼저 가스가 배출되어야 했습니다.
가스가 나와야 물을 마실 수 있고, 그다음에야 죽 같은 음식도 먹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살아 돌아왔는데 물 한 모금조차 마음대로 마실 수 없다는 것이 또 다른 고통으로 다가왔습니다.
배는 아프고, 목은 마르고, 몸에는 여러 개의 관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배에는 제가 평생 처음 보는 장루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날 저는 살아남았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날은 제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 중 하나였습니다.
아침에는 수술실 앞에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고,
수술실에서는 가족들을 떠올리며 마취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10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수술은 끝났지만 제 몸은 예전과 달라져 있었습니다.
심한 통증을 견뎌야 했고, 장루를 받아들여야 했으며, 물 한 모금도 마음대로 마실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그날 저는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다음 이야기
수술이 끝났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새로운 어려움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며칠 후 장루 전문 간호사님이 병실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장루를 교체하고, 변을 비우고, 세척하고, 소독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알고 있는 것과 직접 해야 하는 것은 전혀 달랐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처음 마주한 장루… 두려움 속에서 배워야 했습니다」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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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혼자비행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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