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혼자비행입니다.
수술 날짜가 정해지고 입원하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긴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버텨낸 끝에 드디어 암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기다리던 순간이었지만 기쁘기보다 두려움이 더 컸습니다.
이제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길 앞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원 전 마지막 삼계탕 한 그릇
입원하면 금식도 해야 하고, 수술 후에도 한동안 제대로 음식을 먹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병원으로 향하기 전, 오래전부터 자주 가던 삼계탕집에 들렀습니다.
따뜻한 삼계탕 한 그릇을 천천히 먹었습니다.
평소였다면 그냥 한 끼 식사였을 음식이 그날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다음에는 언제 이렇게 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한 뒤 가게를 나섰습니다.
짐을 들고 서울대병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웠습니다.
혼자 서울대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서울대병원은 제가 살던 곳에서 꽤 먼 거리였습니다.
입원에 필요한 짐도 모두 혼자 챙겨야 했습니다.
세면도구와 갈아입을 옷, 필요한 서류까지 하나씩 확인하며 가방에 넣었습니다.
몸도 성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도와줄 사람은 없었습니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병원으로 향하는 길.
수술보다도 그 모든 과정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현실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버텨온 만큼 마지막까지 잘 견뎌야 한다는 생각으로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낯선 병실, 또 다른 시작
입원 수속을 마치고 병실로 올라갔습니다.
처음 보는 병실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낯설지만은 않았습니다.
이미 여러 번의 입원 생활을 겪으면서 병원이라는 공간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병실 창가에 서서 잠시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차들이 도로를 따라 자유롭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예전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혼자 드라이브하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시간이 나면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차를 몰고 산으로, 강으로,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떠나곤 했습니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음악을 듣는 그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병실 창문 너머로 그 풍경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가장 큰 행복은 비싼 차도, 많은 돈도 아니었습니다.
내 몸을 자유롭게 움직여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것.
그 평범했던 일상이 사실은 가장 큰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병실에서 만난 사람들
병실에는 저처럼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보호자와 함께 있었고, 누군가는 혼자였습니다.
가끔 눈이 마주치면 서로 가볍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긴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많이 힘드시죠.'
'잘 이겨내세요.'
그 말들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표정 속에 담겨 있었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사연을 안고 이곳에 와 있었고, 모두가 같은 두려움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새로운 담당 교수님과의 첫 만남
입원 후 새로운 담당 교수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제 검사 결과를 다시 확인하시며 수술 방법에 대해 차분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교수님 말씀으로는 남성은 여성보다 골반이 좁고 깊은 구조라 수술 공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 경우에는 로봇수술을 권하셨습니다.
로봇수술은 더 정교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도 함께 들었습니다.
하지만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비용이 부담스러웠습니다.
당시 로봇수술 비용은 약 1,400만 원이었습니다.
적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정말 이 선택이 맞는 걸까.'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교수님의 판단을 믿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저를 위해 많은 의료진이 애써 주셨고, 지금도 최선의 방법을 설명해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가끔 떠오르는 생각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때 개복수술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이후 저는 여러 합병증을 겪었고 결국 추가 수술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당시의 저는 담당 교수님을 믿고,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것이 그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었습니다.
이제 정말 수술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교수님과의 상담을 마치고 다시 병실로 돌아왔습니다.
수술 날짜는 더 이상 멀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마음을 다잡는 일만 남았습니다.
창밖을 다시 바라보며 조용히 심호흡을 했습니다.
무섭지 않았다면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버텨온 시간들을 생각하면 끝까지 해내야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수술을 위한 마지막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다음 이야기
수술 전날, 저는 스무 장이 넘는 수술동의서에 서명했습니다.
수술 범위를 확인하기 위한 마지막 대장내시경도 다시 받았습니다.
장을 비우기 위해 약을 마시고 수없이 화장실을 오가던 시간, 그리고 잠들지 못한 수술 전날 밤.
다음 글에서는 「수술 전날 밤… 잠들 수 없었던 마지막 준비였습니다」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 저작권 안내
본 글은 혼자비행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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