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혼자비행입니다.
재수술을 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뒤, 저는 또다시 장루와 함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장루를 달았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했습니다. 장루 주머니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언제 교체해야 하는지,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도 하나하나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장루 주머니를 교체하고 관리하는 일에는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처음처럼 당황하지도 않았고,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고 장루를 관리하는 과정도 어느 정도 몸에 익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루 관리에는 익숙해졌지만, 장루와 함께 달라진 내 몸에는 아직 익숙해지지 못했구나.
장루를 관리하는 것은 익숙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장루 주머니를 교체하는 일 자체는 예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처음에는 장루를 바라보는 것조차 낯설었지만 이제는 필요한 만큼 관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장루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몸을 움직일 때도 장루를 의식했고, 옷을 입을 때도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무심코 하던 움직임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지조차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허리를 굽히고, 앉고, 일어나고, 몸을 돌리면 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습니다.
장루 주머니가 눌리지는 않을까.
당기지는 않을까.
배 안쪽에 압박감이 생기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습니다.
거울을 보면 달라진 내 몸이 보였습니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문득 제 배를 바라보게 됐습니다.
수술 전과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장루가 있는 쪽의 배가 볼록하게 나와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모습의 배를 상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 배가 다시 예전처럼 들어갈 수 있을까.'
가끔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장루 주머니를 교체하는 기술에 익숙해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내 몸의 모양 자체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었습니다.
수술을 받기 전에는 내 몸이 이렇게 변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수술을 받고 치료가 끝나면 다시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몸에 남은 변화는 눈에 보였고, 생활 속에서도 계속 느껴졌습니다.
양말을 신는 것조차 신경 써야 했습니다
장루가 생긴 뒤에는 아주 평범했던 동작도 불편해졌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허리를 숙이는 일이었습니다.
양말을 신으려고 몸을 앞으로 숙이면 장루 주머니가 눌리거나 당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허리를 굽히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정말 힘들었던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발톱을 깎는 일이었습니다.
발톱을 깎으려면 허리를 많이 숙여야 하는데, 그 자세를 취하면 장루 주머니가 눌리고 당기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발톱을 깎는 일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발톱을 깎는 것조차 자세를 신경 쓰면서 해야 했습니다.
이런 작은 불편함들이 하나둘 쌓이다 보니 그제야 알게 됐습니다.
건강할 때는 너무 당연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행동들이 사실은 건강한 몸이 주는 편안함이었다는 것을.
가장 불편한 것은 잠을 잘 때였습니다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는 밤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잠자리에 누워서 편한 자세를 찾으면 그만이었습니다.
옆으로 누워도 됐고,
엎드려도 됐고,
잠을 자다가 뒤척이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옆으로 눕는 것도 신경 쓰이고, 엎드려 자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잠을 자다가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척이는 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합니다.
장루가 눌리거나 당기지는 않을까 계속 신경이 쓰이기 때문입니다.
잠이 들기 전에도 어느 자세가 편할지 생각해야 하고, 자다가 몸을 움직일 때도 장루가 먼저 의식됩니다.
잠자는 시간까지 몸의 한쪽을 신경 써야 한다는 것.
이것 역시 장루를 달고 살아가면서 생긴 큰 변화였습니다.
저녁을 먹는 것조차 고민하게 됐습니다
저는 요즘 저녁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 날이 많습니다.
물론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으니 예전처럼 저녁까지 많이 배고프지 않은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밤에 장루를 비우러 일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녁에 음식을 먹으면 밤이나 새벽 시간에 장루 주머니에 배출물이 계속 차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잠을 자다가도 다시 일어나 장루를 비워야 합니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서 장루를 확인하고 비우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저녁을 먹지 않는 것이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배가 고파서 힘든 것보다 밤에 여러 번 깨는 것이 더 싫었습니다.
예전에는 저녁 식사 후 편하게 잠자리에 들면 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음식 하나를 먹으면서도
'오늘 밤에는 또 몇 번 일어나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먹는 것과 잠자는 것까지 장루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익숙해진 것과 편해진 것은 달랐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장루를 관리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주머니를 교체하는 것도 익숙해졌습니다.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익숙해진 것과 편해진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장루에 익숙해졌다고 해서 장루가 없는 사람처럼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옷을 입을 때도 장루를 의식하고,
몸을 움직일 때도 의식하고,
잠을 잘 때도 의식하고,
음식을 먹을 때도 의식합니다.
거울을 볼 때면 달라진 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몸을 움직일 때는 당기는 느낌이나 압박감이 신경 쓰입니다.
예전에는 몸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면 됐지만, 지금은 움직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장루에 적응한 것일 뿐, 장루가 편해진 것은 아니구나.'
재수술이 끝났다고 치료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재수술을 받고 퇴원하면 이제 조금은 쉬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치료는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2주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 번씩 교수님을 찾아가 몸 상태를 확인받았습니다.
그런데 재수술 후 장을 연결해 놓은 부분이 좁아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좁아진 부위를 넓혀주는 과정도 필요했습니다.
그 과정 역시 저에게는 쉽지 않았습니다.
좁아진 부위를 넓히기 위해 손가락을 이용해 확장하는 처치를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피가 나기도 했습니다.
처치를 받고 나면 며칠 동안 다시 통증을 견뎌야 했습니다.
'재수술만 끝나면 이제 괜찮아지겠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또 다른 치료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수술이 끝났다고 해서 치료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구나.
몸이 회복되는 과정에도 또 다른 치료와 기다림이 필요했습니다.
다시 복원수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저는 지금도 복원수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루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해도,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장루를 떼고 싶다는 생각이 큽니다.
하지만 한 번 재수술을 겪어봤기 때문에 걱정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또 염증이 생기면 어떡하지.'
'또 다른 문제가 생겨 수술이 늦어지면 어떡하지.'
수술을 기다리는 마음에는 기대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대와 걱정이 늘 함께 있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내 몸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의료진의 판단을 믿고 그날을 기다리는 것.
그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언젠가는 이 불편함도 지나가기를
지금도 장루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처음보다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합니다.
배를 숙일 때도,
잠을 잘 때도,
음식을 먹을 때도,
밤에 잠에서 깨어 장루를 비울 때도,
달라진 내 몸을 바라볼 때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 모든 시간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언젠가 복원수술을 받고 장루 없이 살아가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날이 오면 지금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작은 일들도 다시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편하게 옆으로 누워 자는 것.
아무 생각 없이 몸을 뒤척이는 것.
허리를 숙여 양말을 신는 것.
발톱을 편하게 깎는 것.
저에게는 이제 이런 평범한 일상들이 작은 소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이 올 때까지 저는 지금의 하루를 또 한 번 견뎌보려고 합니다.
다음 이야기
장루와 함께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다 보니 문득 암에 걸리기 전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의 저는 매일 산을 오르내리고, 저녁이면 다시 몇 시간씩 걸으며 운동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주말마다 캠핑을 떠났고,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돌아다니고, 걷고, 먹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몰랐습니다.
건강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이 이제는 가끔 그리워집니다.
다음 글에서는 장루를 달고 살아가는 지금, 문득문득 떠오르는 건강했던 시절과 아이들과 함께했던 추억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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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혼자비행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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